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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철나라의 변두리 지방에는 철강리 금속동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마을 어귀에는 아름다운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철도산에는 계절마다 달리피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마을이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철네집안이 있었습니다. 이집에는 청동할아버지와 철아버지 그리고 금속학교에 다니는 주철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철집안
사람들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고 이웃에 사는 구리할아버지와 은아주머니네 하고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동네의 여름이 되면 주철이는 친구 순철이, 강철이와 함께 금강에서 철어를 잡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오늘은 무얼 배웠니?” “예, 19세기 제련기술의 혁명에 대해서 배웠어요.” 철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날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물어보고는 똘망똘망한 주철이의 대답에 흐뭇이 미소짓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철이네 반에는 3명의 전학생이 왔습니다. 이들은 보다 좋은 내신성적을 위해 일부러 시골학교로 전학온 듯 싶었습니다. 스테인리스강이라는 친구는 뜨거운 온도에서 무척 잘 견디고 녹슬지도 않아 친구들 중에는 가장 인기가 높았습니다. 또 스프링강이라는 친구는 탄성력이 세어서 그 친구와 높이 뛰기를 하면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탄소공구강이라는 친구는 굉장히 단단해서 그애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친구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철이는 이 친구들이 몹시 부러웠고 같이 어울리고 싶었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도시에서 왔으니까 많은 걸 보았겠구나! 내게 얘기를 좀 해주지 않으련?” “야! 넌 말이야 우리와 차원이 달라 이 주철아!” “난 너희들과 친구가 되고싶어, 그래서―” 스테인리스강이 주철이의 말을 가로채면서 윽박질렀습니다. “그래서 뭐? 넌 주철이야, 주철. 주철은 값도 싸구려인데다가 우리들보다 강도도 약해. 그리고 툭하면 깨져버리잖아. 넌 우리와는 안어울려.” “……………” 그날 주철이는 너무나 속이 상해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에게 스테인리스강이 해 준 얘기를 모두 했습니다. “아냐, 주철아. 꼭 네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 주철이는 주조성이 좋아서 복잡한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단다. 그런데다가 압축에도 얼마든지 잘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내일 스테인리스강이랑 친구들을 만나면 꼭 얘기해주거라. 알겠니?” “예.” 주철이는 아버지 말씀에 큰 용기를 얻어 다음 날 스테인리스강을 찾아갔습니다. < “야―저기 주철이가 온다. 주철이―주철주철―” “어! 주철이잖아. 툭하면 깨어지고 강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스테인리스강과 그 친구들은 주철이를 놀려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주철이는 어제 아버지께 들은 얘기를 모두 해주었습니다. 스프링강과 스테인리스강, 탄소공구강이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번에는 주철이의 아버지를 놀려 대기 시작했습니다. “야―니네 아빠는 철이라며? 쟤네 아빠는 철이래, 그냥 철. 우리 아빠는 니켈합금이야. 너희 아빠하고는 상대도 안돼. 히히히―” “니켈합급이 뭔데?” “우리 아빠 니켈합금은 전기 저항이 엄청 큰데다가 아무 기계에나 안쓰이고 꼭 정밀한 기계에만 쓰여. 그런데 너희 아빠는 뭐냐? 맨날 녹이나 슬고 잘 휘어지고―” “아니야. 우리 아빠도 너희들 아빠보다 좋은 점이 많아.” “뭐가? 뭐가? 어디 더 나은 점을 대봐.” “……………” 주철이는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고 그 친구들의 말이 다 옳게만 느껴졌습니다. 주철이는 어금니를 꼭 깨물고는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철이는 훌륭한 아버지가 나쁜 점만 있다는게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주철이는 어느새 집에 도착했고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보이질 않고 청동할아버지만이 낮잠을 주무실 뿐이었습니다. 주철이는 마당 구석에 앉아 훌쩍였습니다. |
“왜 그러냐? 무슨 일이 있는게냐?” “아니예요. 할아버지는 몰라도 돼요.” “인석아, 할애비가 물으면 대답할 일이지, 몰라도 되긴, 왜 울어, 글쎄 왜우는겨?” “있잖아요. 애들이 우리 아빠를 놀려요. 녹만슬고 잘 휘어진다고―” “예잇, 나쁜 녀석들 같으니라구. 어떤 녀석들이 자꾸 놀리더냐? 어이?” “스테인리스강이랑 탄소공구강, 스프링강이요. 얼마전에 전학온 애들이예요” “별 신기한 녀석들이 다 있구나.” “아니예요. 할아버지. 걔네들은 좋은 점이 되게 많아요. 튼튼하고 잘 튕겨지고, 녹도 안슬고―” “주철아. 어디 그녀석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드냐? 모든 금속들의 기반이 되는 철이 없었더라면 그런 녀석들도 생기지 못했을게야. 그녀석들은 아직 철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일게다. 철은 모든 공업용 재료의 근간이 되며 합금하는 성분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성직을 가질 수 있어. 얼마나 좋은 금속이냐? 이제는 속이 시원하더냐?” “예, 할아버지.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는 아주 훌륭한 금속이군요.” 다음날 주철이는 청동할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친구들은 주철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탄소공구강이 소곤거렸습니다. “주철이네 할아버지는 청동이래.” “뭐 청동? 그건 고대사회에서나 쓰이는 금속이잖아.” 마침 주철이는 할아버지 청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자신있게 옹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 할아버지 청동은 인간들이 처음으로 사용한 금속이야. 알아? 우리 할아버지는 기원전4000년 전에 구리와 주석을 녹여서 만들었는데 우리 할아버지 청동이 생긴후부터 금속 제련기술이 시작된거야. 우리 할아버지 청동이 없었더라면 어떠한 금속도 만들지 못했을거라구. 이젠 알겠어?” 주철이는 자신이 놀랄만큼이나 말을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철이는 할아버지 청동에 대해서 아버지께 들은 얘끼를 마음껏 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희 할아버지 청동은 훌륭한 금속이구나. 그동안 미안했어.” “나두” “나도!” 스프링강도 탄소공구강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우리 이제 친하게 지내자.” “그래.” 주철이는 스테인리스강, 스프링강, 탄소공구강과 모두 친구가 되었습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이 모습을 지켜보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 이제 친한 친구들이 되었구나. 어떠한 금속도 더 낫고 못한 것을 따질수는 없어. 모든 금속들은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고 우리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끼친 것은 이러한 금속들의 조화라고 할 수 있지. 너희가 이제 친한 친구들이 되었으니 이 선생님은 기분이 무척 좋구나.” 그런데 저쪽에서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옆반에 새로 전학온 초경합금이라는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글쎄, 초경합금은 너무너무 단단해서 중요한 공구에만 쓰인대.” “정말이야? 와―굉장한 아이가 전학왔구나.” 아이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습니다. 주철이와 그 친구들은 얘기했습니다. < “우리 초경합금과 친구가 되자!” “그래. 그래.” 주철이와 친구들은 초경합금과 친구가 되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있는곳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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