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이름은 철이 아닌 나작비다. 내가 사랑하는 소년이
나에게 지어준 나작비라는 이름은 내가 언제 어떤 형태로 변하든 나만이 지니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용광로 앞에서 그
소년과의 작은 사랑이야기가 시작되었던 삼십년전을 회상해본다. 삼십년전, 나는 타의에 의해 내 몸이 녹여지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그 고통은 그 춥던 빙하기와도, 하늘이 무너질 듯이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과도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그런 고통이었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그 고통이 내게 준 것은 아주 허무한 것이었다. 볼품없는 철덩어리가 된 내 모습을 보고 그 고통의 산물치고는 너무 심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용광로에서 나온 얼마 후 나는 큰 트럭에 실려 어떤 공장으로 옮겨졌다. 나는 그 곳에서 멋진 변화를 일으켰다. 내가 철이므로 있을 수 있는 그런 변화였다. 그 후 나는 다시 차에 실려 몇 군데의 큰 상점을 거친 후 시골장터의 한 조그마한 자전거가게에 가게 되었다. 나는 자전거가게 앞에 걸려졌다. 나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걸려진 얼마후부터 한 소년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까까머리에 감색교복을 입은 그 소년은 하루에 두 번씩 자전거가게 앞을 지나갔다. 그때마다 그 소년은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갔다. 나는 약 한달간 그 소년의 씁쓸한 미소를 바라보기만 했다. 한달쯤 후 그 소년은 소년의 아버지쯤 되어보이는 사람과 함께 자전거가게에 왔다. 그 사람은 주인 아저씨와 한참을 흥정한 후에 나를 경운기에 실었다. 기뻐서 활짝 웃던 그 소년의 함박 웃음은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소년은 나에게 ‘나작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나는 그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소년은 조심스레 내 몸에 소년의 이름과 내 이름을 새겼다. 소년은 학교에 갈때도, 이웃마을에 심부름 갈때도 나와 함께 다니며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소중했다. 어느날 소년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
“나작비야, 내가 왜 네 이름을 나작비라 지었는지 아니? 나는 하늘이 좋아.
그렇기 때문에 꼭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조종사가 될거야. 너는 나의 작은 비행기야. 그래서, 나작비란다. 알겠니?”
그랬다. 나는 그의 작은 비행기가 되고 그는 나의 조종사가 되었다. |
|||
 |